임산부의 계절

두줄의 계절

향선생 2022. 11. 22. 23:18

때는 여느 날과 다름없는 퇴근 후 저녁

다른 점은 장마 같은 폭우가 내리는 늦봄 또는 초여름이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식집사였던 나는 갑작스럽게 더워지는 온도에 기운을 못 차리는 화분을 걱정하고 있었고

더 더워지면 애들이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는 다른 선생님의 조언에

그 폭우를 뚫고 분갈이에 필요한 흙을 사러 나선 것이었다.

없는 게 없는 다이소였다.

밖에는 여전히 폭우가 내리고 있었고, 나는 흙을 사서 재빨리 집으로 돌아가 분갈이를 마무리하면 될 뿐이었다.

그렇게 2층에서 가장 적당한 양으로 보이는 흙을 집어들었고

계산대로 향하던 중 임신테스트기를 발견했다(?)

왜 나는 전혀 생각지도 않던 임테기를 발견했고

왜 생각지도 않던 임테기를 집었으며

왜 그 임테기를 그대로 흙과 함께 결제했는지 나는 정말 나를 모르겠다.

그렇게 폭우가 내리던 퇴근길 늦봄 또는 초여름의 저녁에 나는 한 손에 흙과 한손에 임테기를 들고 귀가했다.

 

만족스러운 분갈이 었다.

기분 탓인지 기운이 없던 초록이는 분갈이를 하자마자 기운을 차리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저녁을 먹고 내일의 출근 준비를 하고 나는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아침도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출근 전의 새벽 아침이었다.

컴컴한 새벽에 나는 배가 고파 기상했고

아침밥을 먹었고

아침운동을 했다.

그리고 어제저녁 비를 뚫고 한 손에 들고 온 임테기를 다시 발견했다.

아무런 몸의 변화도 없었고, 저번 달에 생리도 했고, 피곤한 건 만성피로이지만

왜인지 모르게 나는 임테기를 손에 들고 왔고

건강한 가임기 여성이고

건강한 집사람도 같이 살고 있으며

임테기라는 것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으니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그렇게 포장을 뜯어 화장실로 향했다.

코로나 검사키트랑 착각했나 내가..?

포장을 다시 살펴보았다.

맞는데..?

그렇다.

다시 봐도 임테기였고

다시 봐도 두줄이었다

선명한 두줄의 임테기를 잠시 바라보았다.

일단 출근 준비를 해야 하니 들고 있던 두줄의 임테기를 잠시 책상에 올려놓고 씻기로 했다.

씻는 사이 집사람이 기상했다.

남자다운 기상을 완료한 집사람을 보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방에 들어가 책상 위를 한번 보라고 했다.

집사람 : 이게 모야..?

나 : 임신테스트기

집사람 : 두줄인데..?

나 : 응 그렇더라구

집사람 : 어디 아파..?

나 : 아니 임신테스트기 맞아

집사람 : 그냥 이걸 해본 거야..?

나 : 응 그러게

서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갑작스러운 상황이었다.

일단 병원을 가보자.